어제, KTX 광명역 탈선 사고로 인해, 많은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지요~ 저도, 저녁 6시에 서울에서 약속이 있어서 동대구-서울 KTX를 타고 올라왔었습니다.

사실, 어제 낮부터 시간 여유가 있어서 버스를 탈까, 열차를 탈까 고민했었거든요. 버스는 1시40분 일반 고속버스를 타면 16,500원정도에 탈 수 있는데, KTX를 타면 약 40,000원정도로 2배가 넘는 비용도 고민이 되더군요.


그러나, 버스를 타면, 서울 도착(5시10분)후 곧장 지하철을 타고 가면 6시가 되어서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지만, KTX를 타면 3시반에는 서울역에 도착을 하니, 가고 싶었던 근처 대형서점을 갈 수 있겠다는 마음에 KTX를 선택했습니다.


1시47분 동대구발 서울행 KTX표를 역방향으로 39,000원에 구매하고, 열차타는 곳에 내려와, 옆 열차 사진도 찍고, 여유롭게 열차를 기다렸지요. 제가 탈 열차 앞 열차부터 약간 지체가 되어서 약 10분 늦게 플랫폼에 KTX가 도착했습니다. '뭐~ 약간씩 늦는 건 이해해야지~'하는 마음으로 열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열차에 오르자마자, 따뜻한 햇살과 방금 먹은 칼국수 점심에 노곤해지더군요. 어짜피 1시간 40여분을 기차를 타고 가는데에 자는 것만큼 시간이 잘 가는 것도 없기에 달콤한 낮잠을 청했습니다. (이후에 닥칠 재앙을 전혀 예상치도 못한 채 말이죠...)

얼마나 잤을까... 뭔가 승무원들의 무전기소리에 눈을 떳습니다. 눈을 뜨자마자 휴대폰의 시계를 확인하니, 오옷! 벌써 3시 20분입니다. 거의 다 왔구나 싶어서 횡재다~ 싶었죠. (사실 이동하는 동안 그렇게 단잠을 자기도 어려운데 말이죠~) 그래서 밖의 창문을 살펴봤는데... '뭔가 이상하다~'싶었죠.

보통 서울역 도착 10분전이라면, 좌우로 높은 건물들이 즐비하게 있어야 하는데, 그 비싼 수도권(?)땅이 횡~하니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닙니까? --;;

한 10분정도를 멍~하니 상황파악을 하느라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데, 눈에 뭔가 휙~하니 들어오는 것에 깜짝 놀랬습니다.

'천안역'

그렇습니다. -_-;; 천안역입니다. 천안.아산역도 아니고 천안역입니다. 아니!! 3시반이면 당연히 서울역에 도착해야 하는 열차가 왜 아직 천안역이냔 말입니다. 생각해보니, KTX치곤 너무 천천히 달리는 것도 이상하더군요.

상황을 파악해 보니, KTX 광명역 근처에서 기차 탈선 사고가 나서 대전역부터는 기차가 고속철도가 아닌 일반철도로 바꿔서 달리고 있다는 것이였습니다. 저는 제가 잠을 자서 몰랐나보다 했었는데, 옆의 승객들의 분위기를 보니, 천안역에 거의 다 도착할때쯤 공지를 했다는군요.

아니! 장난하는 겁니까?

후에 뉴스를 통해 보니, 사고는 오후 1시경에 일어났는데, 제가 역에서 표를 살 때에도(1시반), 기차를 타는 시점까지도(1시50분) 전혀 공지를 하지도 않고 태연히 표를 팔고 있었다는 것이 어이가 없었습니다.

어쨋든, 승무원의 말에 따르면 4시 40분이면 서울을 도착할 것이고, KTX 고객 보상의 기준으로는 20분이 늦으면 현금으로는 50%, 승차권으로는 동일구간 무료 1회 승차권 지급(100%)을 한다고 알려주더군요.

그 와중에, 중간에 내려야 하는 승객이 있었음에도, 열차를 최대한 빨리 서울역에 도착시켜야한다며, 천안역부터 서울역까지는 논스톱으로 가더군요. (한 승객분, 수원에서 세워주는 줄 알고 있다가, 서울역을 찍고 다시 내려가야 했습니다.)

제가 시간이 많았으면, 나중에 동일구간 1회 무료를 선택하겠지만, 몇일 후면 해외로 나가야 하는 입장이라 어쩔 수 없이 약속시간 전에 현금으로 50%를 환불 받아서 가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이거 대형서점 구경은 물건너갔군요. 50% 지연금에 제 스케줄 하나를 날리는 순간입니다.)

이윽고 서울역에 도착, 재빨리 뛰어나와 서울역 여행센터로 향했습니다. 시계를 보니 5:00정각입니다. -_-;; KTX 동대구-서울 구간을 3시간 10분에 도착한 겁니다. (보통땐 1시간 43분이면 오는데 말이죠)


15:30분에 도착 예정인 KTX 동대구-서울 열차가 오후 5:00에 도착했습니다.



헉! 이게 뭡니까... 저보다 먼저 온 승객들이 줄에 줄을 이어 여행센터 앞에 장사진을 이루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이제 보니, 제 열차보다 앞서 간 KTX들이 줄줄이 다 늦게 들어오는 사태에 모든 승객들이 환불받으러 서 있는 줄이 아닙니까.


줄을 서서 제 앞을 보니, 대략 4~50명정도 줄을 서 있더군요. (제가 제가 탄 KTX중에서는 가장 빨리 왔기 때문에 제 뒤에도 순식간에 3~40명정도 더 줄을 서더군요.)

우선, 6시에 만나기로 한 친구에게 '지금 서울역 도착해서 금방 환불받아 갈 수 있으니까 그리 늦지는 않을거야'라고 안심을 시킨 후 줄이 줄어들기를 기다렸습니다.

근데, 이게.. 이런 상황에 대한 메뉴얼 훈련이 덜되서인지, 이런 상황을 안내하는 역 관계자도 없고, 그냥 사람들 눈치로 줄을 서고 있으니, 사람들의 궁금증은 증폭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이거 오늘 꼭 환불 받아야 되요?'

'이 줄 뭐에요?'

'여기 환불 받는 줄이에요? 아니면 승차권 받는 줄이에요?'

좀 한심하더군요. 누군가 한명이라도 나와서 이런 상황이 생겨서 죄송하다. 환불은 1년안에 언제든 승차권만 가져와도 해준다. 어쩌고 저쩌고... 이런 안내를 해 줬으면 좋겠는데, 서울역 이동센터 담당자로 있는 2명의 여자 직원만 애를 쓰고 있는 것 처럼 보이더군요.


시계가 5:23분을 가르키네요. 20여분을 줄을 서 있었는데,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때, 앞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더군요.

한 중년 남성분이 화를 참지 못하고 불평을 터트린 것입니다. "역장! 내려와서 사과하고 상황에 대해 직접 해명하라!!" 라는 식의 요구를 하고 있네요.


그 중년남성분을 제지하기 위해 역 경비 3분이 오셔서 말리며 실갱이를 한 20여분을 했는데도, 역 책임자는 눈꼽도 안보이더군요. 정말이지, 이쯤 하면, 역장님은 아니더라도, 중간급의 책임자는 나타나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나저나 6시 약속시간이 다되어가는데, 앞에는 아직도 20여명이 남아있네요. 그때,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KTX승객 여러분 중 138호를 이용하신 고객님들께는 현금 100% 환불을 해 드리오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아니, 저는 134호 KTX인데, 누구는 현금 100%를 주고 누구는 50%를 주는 기준은 뭐지? 그런 마음이 드니까, 지금 줄을 서 있다가 50% 현금 환불을 미리 받아버리면 손해가 나는 것 아닙니까?

줄을 서있던 승객들도 술렁입니다. 다들 자기 표를 한번 보고는 궁시렁거리기 시작합니다.

아니, KTX 위험대처 메뉴얼도 없는 것입니까? 그냥 20분보다 늦게 도착하면 현금50%,승차펴100%환율이라는 거 하나만 있는겁니까?

그럼, 이렇게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어떤 KTX는 누군가의 불평불만에 100%를 환불해주는 그런 고객대응은 뭐랍니까?

그 때, 옆에 역 직원분이 오셔서 "환불은 1년 이내에 어느 기차역에 가서도 환불이 가능합니다" 라는 안내를 합니다.

아니, 한시간을 기다렸더니 이제와서 그런 말을 하는 건 뭡니까? 제 앞에 20여명만 더 참으면 환불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미 6시가 넘어 약속도 늦어서 화가 났습니다.

게다가 어떤 기차를 100%환불처리를 하기 시작했다면, 좀 더 지나면, 제가 타고 온 열차도 100% 환불 얘기가 나오겠다 싶었지요.

마침, 제가 약속이 있던 곳이 영등포역 근처였기에, 과감히 한시간 줄 서 있었던 자리를 포기하고 영등포역으로 향했습니다.

6시 40분이 되어서야 영등포역에 도착해서 지연금 환불을 요구하니, 정말 눈깜짝할새에 현금 39,000원을 주더군요. 그것도 100% 현금으로 말이죠. (제가 표를 살 때 현찰로 샀거든요)

정말, 이렇게 빨리 해결될 것을 거기에 한시간이나 줄을 서 있었던 걸 생각하니 또 화가 났습니다. 코레일의 이런 아마추어적인 업무처리는 정말 황당하기 그지 없습니다.

어떤 사고가 일어나면, 그 사고에 해당하는 메뉴얼을 펼쳐서 모든 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대처할 수도 있었을텐데요. (시민의 발을 책임지는 코레일정도라면, 군대 위기 훈련에 못지않는 위기대처훈련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사고가 안나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모두가 원하겠지만, 사고가 났을 때에 대처하는 모습까지도 아름답고 시민의 격려와 박수를 받는 프로정신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사치일까요?


신문 기사에 보니, KTX탈선 사진이 실렸더군요. 정말 인명피해가 없는 것 하나는 감사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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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2.13 00:00 신고 [Edit/Del] [Reply]
    대박.....ㅋ 진정한 900원으로 서울 상경하는 방법이죠 ㅋ
    사진보니까 완전 쩔어요...ㅎㄷㄷ
    저같으면 욕하고 난리도 아니였을듯 ㅋ

    글고 행님 메일로 보냈으니 한번 확인해보세요~ 굽신 굽신~ ㅎ
    • 2011.02.13 01:09 신고 [Edit/Del]
      무료로 올라온 셈이긴 한데, KTX타는 사람들로서는 시간이 돈보다 더 아까운 사람들이 대부분일텐데, 그냥 돈으로 해결하는 것도 아쉬워~
  2. 2011.02.13 02:09 신고 [Edit/Del] [Reply]
    우와..진짜 고생 많이하셨네요 ㅋㅋㅋ
    저라면 거의 뭐...ㅋㅋ 폭발했을거 같아요 ㅋㅋ
    그래도 오셔서 웃으면서 즐겁게 말씀하시길래 ㅋ 히힛
    가지마요 ㅠㅠㅠㅠㅠ
    다음에 오시면 또 봬요봬요 ㅋㄷ
    • 2011.02.13 08:58 신고 [Edit/Del]
      나이가 드니까 느는건 인내? -_-; 이런거 정도는 웃으면서 넘길 수 있다는..ㅎㅎ

      다음에 한국 출장이 잡히면 한스미한테 얘기해서 또 모이면 되죠..^^
  3. 2011.02.13 02:19 신고 [Edit/Del] [Reply]
    많은 분들이 불편하셨을 듯...
    그래도 100% 환불 받으셨으니 다행이네요^^
    탈선사고도 인명피해가 없어서 다행이구요~
    • 2011.02.13 08:59 신고 [Edit/Del]
      네, 뭐 G20회의 주최니, 뭐니해도 정말 한국의 사고대처능력에 대한 메뉴얼화는 언제쯤이나 할런지...

      ISO인증이니 뭐니 하면서도 맨날 돈만 받아서 넘기는 이 개념들이 만들어낸 결과인 듯 합니다.. 에휴~
  4. 2011.02.13 12:07 신고 [Edit/Del] [Reply]
    뜻하지 않게 고생하셨네요 ㅠㅠ
    그나저나 사고후 처리는 정말 엉망이네요 쩝;;
  5. 2011.02.13 15:46 신고 [Edit/Del] [Reply]
    KTX뉴스 보고 놀랬는데
    직접 겪으시다니 ㅎㄷㄷ
    힘드셨겠네요 ...;;
  6. Hyosang
    2011.02.14 10:27 [Edit/Del] [Reply]
    그날 환불 받었우면 다행입입니다. 다음날부터는 약관 무시하고 일반선로 이용한 부분만 보상하겠다는 내부지시로 보상안해준답니다.
    • 2011.02.14 15:48 신고 [Edit/Del]
      네? 일반선로부분만 환불한다고요? -_-; 이거 마치 비행기타고 오다가 착륙시에 문제가 생겨서 상공에 몇시간 있다가 내려와도 착륙 1분에 대한 문제라고 말할 사람들이군요.

      정말이지 뇌가 있는 사람들인지 묻고 싶군요. 에휴~
  7. 2011.02.14 13:16 신고 [Edit/Del] [Reply]
    아,, 그날 고생 많이 하셨군요!
    빠른 처리만 해주었어도 한시간동안 시간 낭비 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안타깝네요

    밥사이다님도 스킨 바꾸셨네요! 저도 주말에 확 바꾸고 닉임도 변경했습니다~~
    저 누군지 궁금하시죠~물고기나무에욤 ^^
  8. 2011.02.14 15:58 신고 [Edit/Del] [Reply]
    아~ 그때 탈선문제가 있을때 밥사이다님이 거기에 타고 계셨다니...
    정말 황당하셨겠어요 ㅎㅎㅎ
  9. 2011.02.14 18:23 신고 [Edit/Del] [Reply]
    에구...고생하셨네요
    그래도 환불 받아서 다행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10. 2011.02.14 20:23 신고 [Edit/Del] [Reply]
    ㅎㅎ 천안역에서 멈추셨군요... 제가 사는 곳...^^;
    환불받느라 고생하셨겠군요.. 그래도 큰사고 없다는 것에 위안을...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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